
초등학교 1~2학년 교육을 둘러싼 논의가 새로운 전환점을 맞고 있다. 학교 현장에서는 학생들의 발달 특성을 고려해 수업 부담을 완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반면, 학부모들은 기초학력 저하를 우려하며 현재의 수업 시수를 유지하거나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아이의 성장을 바라는 마음은 같지만, 교육을 바라보는 시선에는 분명한 차이가 나타나고 있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KICE)이 최근 교사, 교육전문직, 학부모를 대상으로 실시한 초등학교 1~2학년 교육과정 개선 방향 설문조사에서도 이러한 인식 차이가 확인됐다. 교사와 교육전문직은 현행 수업 시수를 줄여야 한다는 의견이 우세했던 반면, 학부모는 현행 수준을 유지하거나 확대해야 한다는 응답이 많았다.
교육 현장에서는 이 같은 차이가 서로 다른 교육 환경에서 비롯된다고 분석한다. 교사들은 하루 대부분의 시간을 학생들과 함께 보내며 학교생활 전반을 지도한다. 초등학교 입학 초기 학생들은 읽기와 쓰기를 배우는 것만큼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데 많은 에너지를 쏟는다. 친구와 관계를 맺고, 차례를 기다리며, 교실 규칙을 익히는 과정은 이후 학습 태도와 사회성 형성에도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초등학교 1학년 담임을 맡고 있는 A교사는 "입학 초기 아이들은 공부보다 학교라는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데 더 많은 에너지를 쏟는다. 교실에서 차례를 기다리고 친구와 갈등을 해결하며 생활 규칙을 익히는 과정 자체가 중요한 교육이다"라며 "수업 시간을 단순히 늘리는 것보다 아이들의 발달 단계에 맞는 활동과 충분한 휴식, 놀이가 함께 이루어질 때 학습 효과도 높아진다. 학교생활에 안정적으로 적응한 학생들이 이후 읽기와 쓰기, 수학 학습에서도 자신감을 보이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교사들이 수업 시수 조정을 요구하는 배경에는 단순히 수업을 줄이자는 의미만 담겨 있는 것은 아니다. 아이들의 집중력과 정서 발달을 고려해 학습과 놀이, 휴식의 균형을 맞추고 학교생활 적응을 돕는 교육환경을 마련해야 한다는 현장의 경험이 반영된 결과라는 해석이 나온다.
반면 학부모들은 학교 적응의 중요성에는 공감하면서도 기초학력 확보를 위한 충분한 학습 시간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학습 결손 문제가 사회적 관심사로 떠오른 데다 맞벌이 가정이 증가하면서 학교가 안정적인 교육 기능을 수행해 주기를 기대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초등학교 2학년 자녀를 둔 학부모 B씨는 "학교 적응이 중요하다는 점에는 공감하지만 기초학력도 놓칠 수 없다는 생각이다"라며 "맞벌이 가정은 집에서 학습을 충분히 도와주기 어려운 경우도 많다. 학교 수업 시간이 줄어들면 아이들의 학습 공백이 생기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이어 "교육과정이 바뀌더라도 아이들이 즐겁게 학교생활을 하면서 기본적인 읽기와 쓰기, 수학 능력도 균형 있게 키울 수 있는 방향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흥미로운 점은 교육의 최우선 목표에 대해서는 교사와 학부모 모두 비슷한 인식을 보였다는 점이다. 이번 조사에서 세 집단 모두 '기본생활 습관 형성 및 학교생활 적응'을 가장 중요한 교육 목표로 꼽았다. 이는 학교 적응이 이후 기초 문해력과 수리력, 사회성 발달의 토대가 된다는 교육 현장의 공감대가 반영된 결과로 해석된다.
결국 교사와 학부모의 의견 차이는 교육의 목표가 아니라 방법의 차이에서 비롯된다. 교사는 아이들의 발달 단계와 학교생활 적응을 우선적으로 고려하고, 학부모는 기초학력과 안정적인 학습 기회를 더욱 중요하게 바라본다. 어느 한쪽이 옳고 그른 문제가 아니라 아이들의 성장 과정에서 무엇을 먼저 지원해야 하는지에 대한 관점의 차이라고 볼 수 있다.
교육계는 앞으로의 교육과정 개편이 수업 시수 증감에만 초점을 맞춰서는 안 된다고 입을 모은다. 중요한 것은 아이들의 발달 특성에 맞는 교육과정과 효과적인 수업 운영이다. 충분한 놀이와 생활교육, 정서 지원을 기반으로 기초학력을 함께 키울 수 있는 균형 있는 교육환경이 마련될 때 초등 저학년 교육의 질도 한층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이번 설문은 초등교육의 방향을 다시 생각하게 하는 계기를 마련했다. 교육의 본질은 수업 시간을 늘리거나 줄이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아이들이 학교에서 즐겁게 배우고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데 있다는 점을 다시 한번 시사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