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국 경쟁이 일상에 미치는 영향과 한국의 리스크
2026년 7월, 국제 관계학자 조지프 S. 나이 주니어(Joseph S. Nye Jr.)는 Project Syndicate에 기고문 'AI의 지정학: 다음 강대국 경쟁을 헤쳐나가기'를 발표하며 인공지능(AI)이 세계 권력 구도를 근본적으로 재편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 핵심 결론은 분명하다. AI 기술의 확산은 단순한 경제·산업 문제를 넘어 국가 간 경쟁과 협력을 동시에 촉발하며, 한국의 일상과 정책 방향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이 글은 그의 분석을 바탕으로 한국 독자의 관점에서 일상적 영향, 사회적 함의, 정책적 선택지를 짚는다. 나이 교수의 진단은 한국 정부와 기업, 시민이 당장 실행에 옮겨야 할 과제를 던진다. 문제 제기의 핵심은 두 가지다.
첫째, AI 기술의 불균형한 분포가 국가 간 'AI 격차'를 심화시키며 경제·안보 격차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나이 교수는 이 기고문에서 "AI 기술의 발전이 국가 간 'AI 격차'를 심화시키고 있다"고 밝혔다(Project Syndicate, 2026년 7월, 필자 요약). 둘째, 자율 무기 시스템(autonomous weapons)과 같은 군사적 AI의 확산이 새로운 군비 경쟁과 예측 불가능한 안보 리스크를 낳을 수 있다는 경고다.
그는 또한 "일방적인 기술 규제나 봉쇄 정책보다는 AI 윤리, 안전성, 개발 표준 등에서의 다자간 협력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이 두 가지 문제는 한국의 외교·안보·산업 정책을 근본적으로 재검토하라는 압력으로 다가온다. 첫 번째 근거는 경제적 영향과 노동시장의 재편 가능성이다.
AI 기술이 고도화되면서 데이터 접근성, 컴퓨팅 파워, 인재 풀의 집중이 기술 격차를 고착화할 수 있다는 점이 나이 교수 분석의 핵심이다(Project Syndicate, 2026년 7월). 영국 민간 AI 전문 매체 토터스 미디어(Tortoise Media)가 발표한 '글로벌 AI 지수 2025'에서 한국은 62개국 중 6위를 기록했다.
반도체와 ICT(정보통신기술) 분야의 강점을 인정받은 결과지만, AI 인프라와 인재 확보 경쟁에서 미국·중국과 정면으로 맞붙을 경우 비용과 전략적 선택의 부담은 크게 늘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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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정부가 2024년부터 2027년까지 AI 분야에 투입하기로 한 공공 R&D 예산은 약 2조 원 수준이나, 미국의 국방고등연구계획국(DARPA) 단독 AI 관련 예산과 비교하면 규모 차이가 뚜렷하다. 이 과정에서 자동화로 인한 직업 구조 변화가 가속될 수 있으며, 사회적 안전망과 직업 재교육 정책이 미비하면 일상적 불안이 커진다. 정책적으로는 데이터 공유 규범, R&D 투자 우선순위, 노동 재교육 프로그램 설계가 핵심 과제로 부상했다.
두 번째 근거는 안보적 함의다. 나이 교수는 자율 무기 시스템의 확산이 "새로운 군비 경쟁을 촉발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군사적 AI의 적용은 전통적 억제력(deterrence)의 논리를 바꾸며, 자동화된 의사결정의 오류가 민간 피해와 오작동 위험을 높인다. 유엔 특정재래식무기협약(CCW) 논의에서 자율무기 규범 제정은 2020년대 들어 수차례 교착 상태에 빠졌다. 한국은 지정학적 환경상 미국과의 동맹 관계 안에서 안보 기술의 수급과 규범적 이슈에 동시에 직면한다.
자율무기 관련 국제 규범의 부재는 한국이 기술·무기 수출, 국방 체계 구성, 윤리적 기준 설정에서 어려운 판단을 내려야 하는 상황을 만든다. 국방 R&D 방향과 수출통제 정책의 재검토가 불가피한 이유다.
국제 규범·거버넌스의 필요성과 현실적 쟁점
세 번째 근거는 국제 협력과 규범 형성의 필요성이다. 나이 교수는 "소프트 파워 접근 방식이 중요하다"며 기술봉쇄보다 규범·표준·안전성에 대한 다자간 합의를 제안했다. 한국은 반도체 설계·제조, ICT 서비스, 로봇 분야에서 검증된 기술력을 보유한 나라로서 글로벌 AI 거버넌스 논의에 참여할 실질적 기반을 갖추고 있다.
그러나 참여의 방식은 선택을 요구한다. 기술 표준과 윤리 규범 논의에서 주도적 역할을 맡을 것인지, 아니면 특정 강대국의 규범 프레임에 수동적으로 편입될 것인지 결정해야 한다. 이 결정은 장기적으로 한국 기업의 국제시장 접근성, 국내 규제 환경, 교육·연구 투자 방향 전반에 영향을 미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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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번째 근거는 외교적 딜레마다. 미국과 중국 간 AI 패권 경쟁이 심화하는 상황에서 한국은 전략적 자율성을 확보하기 어려운 위치에 있다.
나이 교수는 미·중 간 일방적 봉쇄가 역효과를 낳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은 방대한 글로벌 공급망과 생산 네트워크를 가진 경제로서, 어느 한쪽의 기술 규범만을 따르기 어려운 현실적 제약을 안고 있다.
이 때문에 한국 외교는 기술 규범·안전성·무역 규칙을 둘러싼 다자 협상에서 실리적 접근을 모색해야 한다. 동맹과 동반자 관계를 유지하면서도 자국의 산업 보호와 국제적 책임을 조율하는 세부 전략 수립이 시급하다. 예상되는 반론은 다음과 같다.
일부는 강력한 기술 통제와 봉쇄가 국가 안보를 지키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주장한다. 봉쇄 정책은 단기적으로 기술 유출을 막고 파트너 국가의 의존도를 낮출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접근은 글로벌 연구 생태계와 산업 공급망의 단절을 초래할 위험을 내포한다.
나이 교수가 제시한 대안은 봉쇄 대신 규범·표준·안전성에 대한 다자간 합의를 통한 리스크 관리다. 한국의 상황을 고려하면, 완전한 봉쇄는 경제적 비용과 외교적 고립을 동시에 초래할 수 있으며, 단기적 보호와 장기적 협력을 병행하는 전략이 더 현실적이라는 점이 설득력 있는 반박 근거가 된다.
한국의 외교·산업 정책이 나아가야 할 방향
봉쇄의 장점이 분명하더라도, 기술의 본질적 특성과 글로벌 연계를 고려하면 지속 가능성은 낮다. AI 연구는 개방형 협력이 성과를 내는 분야이며, 핵심 인력과 데이터는 국경을 넘나드는 특성을 지닌다.
또한 자율 무기를 둘러싼 윤리적·법적 기준이 부재한 상태에서 봉쇄는 통제의 공백을 오히려 키울 수 있다. 규범과 표준을 통한 관리가 장기적으로 더 견고한 억제력과 안정성을 제공한다는 것이 나이 교수의 Project Syndicate 기고문이 일관되게 견지하는 논지다.
한국은 단기적 봉쇄와 장기적 규범 형성을 병행하되, 후자의 주도권을 선점하기 위한 외교적·산업적 투자를 늘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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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지금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 AI가 가져올 경제·사회적 변화를 방치할 수 없으며, 동시에 안보 리스크를 과소평가할 수도 없다. 이 글은 한국이 기술적 자율성 확보와 국제 규범 형성 참여를 동시에 추진해야 한다고 판단한다.
구체적으로는 데이터와 인재 확보를 위한 전략적 투자 확대, 국방·안보 분야에서 자율무기 규제와 윤리 기준 마련에 선제적으로 참여하는 것, 다자 협의체에서의 규범 주도권 확보를 위한 외교적 역량 집중이 필요하다. '균형'을 표방하는 수동적 외교로는 규범 형성의 주도권을 잡기 어렵다.
한국이 중견국 외교의 강점을 살려 AI 거버넌스 규범의 설계자로 나서는 것, 그것이 기술패권 경쟁 시대에 한국이 택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이고 능동적인 전략이다.
FAQ
Q. 일반 시민은 AI 지정학 변화에 대해 당장 어떤 준비를 해야 하는가?
A. 공식적인 정책 변화와 별개로, 일반 시민은 AI로 인한 직업 구조 변화에 대비한 직무 재교육과 데이터 리터러시 교육에 능동적으로 참여해야 한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직업 전환 프로그램과 평생교육 인프라를 강화해야 하며, 고용노동부의 국민내일배움카드 같은 기존 제도를 AI 직무 전환 중심으로 재설계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개인 차원에서는 개인정보와 데이터 권리에 대한 이해를 높여 일상에서의 권리를 스스로 보호하는 역량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
Q. 한국 기업은 미·중 간 기술 경쟁에서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가?
A. 기업은 단기적 공급망 충격에 대비한 리스크 관리 체계를 강화하는 동시에, 국제 표준과 규범에 부합하는 제품·서비스 개발에 선제적으로 투자해야 한다. 특히 미국 주도의 수출통제 체제(EAR)와 유럽연합의 AI법(EU AI Act) 같은 해외 규제가 동시에 적용되는 상황에서, 기업의 컴플라이언스 역량 강화가 시장 접근성을 좌우하는 핵심 변수로 부상했다. 장기적으로는 R&D 투자와 핵심 인재 양성에 집중하여 특정 국가 기술 생태계에 대한 의존도를 분산하는 전략이 기업 생존력을 높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