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단순함 속에 응축된 시간의 무게가 흙의 층위로 살아났다. 서울 용산구 아모레퍼시픽 본사 2층에 위치한 'LVS 크래프트(Gallery LVS & CRAFT)'에서는 지난 18일부터 도예가 이민수의 개인전 《Bowls》가 성황리에 진행 중이다.
이번 전시는 LVS 크래프트가 2026년의 문을 여는 첫 기획전으로 지난 2016년 큰 반향을 일으켰던 'Cylinders' 전시 이후 10년 만에 열린 이민수의 개인전이다. 독일 바이에른 디센을 거점으로 활동 중인 작가가 지난 10년 동안 천착해온 작업 세계의 정수를 한자리에 모았다는 점에서 미술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이민수는 서울대학교 미술대학과 동 대학원을 졸업한 뒤, 이탈리아 파엔차 국제도예공모전 대통령상, 런던 사치 갤러리 ‘컬렉트 2013 아트 펀드 위너’ 등을 휩쓸며 국제 무대에서 일찌감치 주목받은 작가다. 그의 작품은 프랑스 파리 장식미술관, 독일 그라시 응용미술관, 영국 더럼대학교 동양박물관 등 유럽 유수의 기관에 소장될 만큼 그 예술적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전시 제목인 ‘Bowls(사발)’는 우리가 흔히 아는 실용적인 그릇의 형태를 띠고 있지만, 그 내면에는 도자 예술의 본질에 대한 날카로운 질문이 담겨 있다. 작가는 서로 다른 색의 흙물을 석고틀에 번갈아 부어 굳히는 방식과 전통적인 ‘물레 성형’을 결합했다. 이 과정을 통해 형성된 겹겹의 색층은 단순한 장식이 아니라, 기물이 만들어진 시간의 흔적이자 내부와 외부를 관통하는 조형적 단서가 된다.
지난 10년간 작가는 형태를 ‘실린더’로, 절단 방식을 수직과 수평으로 엄격히 제한하며 절제미를 탐구해왔다. 그러나 이번 전시에서 작가는 그간의 규칙에서 한 걸음 나아가 보다 자유롭고 과감한 변형을 시도했다. 흑과 백의 대비가 만들어내는 리듬감, 그리고 견고하게 쌓아 올린 기벽 위에 가해진 의도적인 변형은 정적인 도자에 역동적인 긴장감을 불어넣는다.
LVS 크래프트 “이번 전시는 화려한 장식 대신 절제된 선과 색으로 도자의 조형 구조를 확장해온 이민수의 10년 실천이 집약된 자리”라며, “빠른 도시의 흐름 속에서 관람객들에게 본질을 마주하는 쉼의 공간을 제공하고, 동시대 공예가 지닌 깊이 있는 가능성을 보여줄 것”이라고 밝혔다.
전시는 오는 31일까지 아모레퍼시픽 본사 2층 LVS 크래프트에서 이어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