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의 영어는 달라야 한다 -dignity

디그니타스 단체와 미국 드라마 하우스

미국 드라마 ‘하우스’  한 장면: 3분 46초부터 보면 의사와 환자 사이에 ‘dignity’에 대한 대화가 오간다.

 

 

디그니타스, 조력 자살을 스위스 단체를 가리키는 이름이다. 라틴어 ‘Dignitas’로 영어 ‘dignity’와 연결되어 있다. 디그니타스 창립자가 사망했다는 기사를 보며 미국 드라마 ‘하우스’ 한 장면이 생각났다. 

 

 한국어의 많은 단어가 한자에서 왔듯이, 많은 영어 단어가 라틴어와 그리스에서 온 것이 많다. 과거 그들의 문화를 보여주는 단서이기도 하다. 

 영어 ‘dignity’는 필자가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말이다. 보통 우리나라에서 ‘존엄’으로 많이 번역하는, 인간답게 사는 것에 대해 생각하게 하는 단어이다. 스탠포드 대학 철학 사전에서는 ‘human diginit’라는 말로 인간에게만 고유한 특성으로 이해하기도 한다. 

 

 그리고 이 단어와 같이 어울려 다니는 단어가 ‘respect’이다. 캠브리지 영어 사전은 ‘diginity’를 ‘calm, serious, and controlled behaviour that makes people respect you:’라고 정의한다. 다른 사람이 나를 존경할만한 행동을 가리킨다. 다른 사람이 나를 존경하기 위해 우리는 우리의 행동을 통제할 필요가 있다. 

 그래서 조력 자살 단체는 ‘존엄’이라는 단어를 자기들 이름으로 선택할 것일 수 있다. 몇 년 전부터 ‘존엄사’라는 단어가 회자되고 그에 대한 다양한 의견이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서는 의견도 다양하고 각 의견도 나름의 논리가 있어서 필자도 어느 게 맞는 지 아직까지 잘은 모르겠다.

 

 다만 ‘존엄사’라는 말 덕분에 연명의료나 연명치료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은 있다. 인간을 인간이라 부를 수 있는 상태는 어디까지 인지, 자신만을 생각하는 게 옳은 건지 주변 사람을 신경 써서 결정을 내리는 게 옳은 건지도 중요한 질문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존엄사는 서구인에게 더 맞는 사고 방식일 수도 있다. 그런 생각을 한 게 코로나 19를 겪으면서, 한국인과 서구인의 차이를 느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사람들 중 일부는 국가의 통제 정책에 반대하거나 거부했다. 하지만 대부분 국가가 이끄는대로 불편한 통제를 참고 겪어냈다. 이런 우리의 일사분란한 모습에 많은 외국인 놀라고 감탄했다. 

 

 개인적으로 이것은 삶의 방식이나 철학의 차이 같다. 서구인의 생각을 대표하는 말이 프랑수아즈 사강의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가 아닐 지 코로나 유행 때 생각했다. 그들은 개인의 자유가 전체보다 소중하다 생각했을 거라 생각한다. 조금 극적으로 말하면, 몸에 나쁜 담배나 술을 제한하는 국가 정책에 대해서도 내 몸 내가 망가지게 하는 데 국가가 왜 간섭하냐는 그런 태도가 있다. 다수가 그런 것은 아니지만, 우리보다 그런 생각을 하는 이가 비율적으로 많은 것 같다. 

 

 그리고 그들은 나치를 겪었기에 전체주의에 대한 많은 생각을 가지고 있다. 국가주의 전체주의 제국주의 이런 단어에 대해 조심스러울 것이다. 자발성 연대 봉사 같은 단어가 더 그들에게 좋은 단어일 것이다. 우리 나라는 이런 전체주의나 국가주의 제국주의에 대해 깊이 생각할 시간이 없이 현재까지 흘러 왔다. 

 그래서 한국인은 ‘우리’라는 말을 일상적으로 쓰고 나보다 같이 어울려 사는 사회가 더 중요한 것 같다. 그래서 개인주의자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고 이기주의자를 개인주의자로 오해하기도 하고 반대로 개인주의자를 이기주의자로 오해하기도 한다. 

 

 ‘존엄사’에 대해서도 가족 중 누군가 택한다면 이기주의자가 될 수 있다. 우리 가족이 오래 행복하게 잘 살기를 바라는 마음이 크기 때문이다. 가족 중 누군가가 어떤 사람은 인간 답지 못하게, 거동 배변 등을 누군가에게 의지하게 되어도 그 사람이 살아 있는 것이 행복하다 생각하는 가족들도 있을 것이다. 

 2024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자료에 따르면, 한국은 다른 국가에 비해 노인이 가족에게 의존하는 비중이 높다고 한다. 이것이 사회적 안전망이 약해서 그럴 수도 있지만, 집안의 나이 많은 이를 모시고 사는 게 당연한 문화가 아직 남아 있기 때문일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요양병원이라던지 시설로 모시는 선택을 하는 이도 있지만, 이런 선택도 많은 한국인은 쉽게 선택하는 것은 아닌 것 같다. 그래서 오랜 고민 끝에 결정을 내리고 집에서 도저히 모실 수 없다는 판단 끝에 시설에 입소시킨다. 

 

 그래서 영어를 공부할 때 ‘dignity’라는 단어가 좋기도 했지만, 개인주의의 한 면모일 수도 있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래도 개인적으로 인간의 존엄을 지키며 살아 가고 싶다. 내가 인간이 더 이상 아니게 될 것 같은 예감이 들 때 나는 인간의 존엄과 주변 사람 사이에서 어떤 선택을 할 지 잘 모르겠다. 그래도 존엄이라는 단어를 지키며 마지막을 보내고 싶다는 생각이 아직은 든다. 

 

작성 2025.12.06 00:45 수정 2025.12.06 2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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