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달장애인 예술가 육성 CSR 우수사례 '붓을잡다', 5년 지속 가능한 기업 사회공헌 모델로 주목

1회성 이벤트 NO! 기업 캘린더 제작과 사회공헌을 결합한 지속가능 협력 모델

아케마그룹 한국법인-부천혜림원-디자인기획자, 발달장애인 새로운 기회와 첫 전시회까지

믿고 맡기는 기업 후원, 연결하는 기획력, 전문성 갖춘 기관의 유기적 협력 사례

지난 11월 6일부터 12일까지 부천 소전미술관에서 열린 '손끝으로 꿈을 그리다' 전시회는 단순한 미술 전시를 넘어, 연결과 연결이 만들어낸 지속가능한 협력의 결실이다. 이 전시의 배경에는 '붓을잡다'라는 특별한 프로젝트가 있다.

 

‘붓을잡다’는 문자 그대로는 붓을 잡는다는 의미지만, 짧게 줄여 발음하면 '굿잡(Good Job)'이 된다. 발달장애인들이 붓을 잡고 그림을 그리는 행위 자체가 이미 '잘했어!', '멋져!'라는 응원의 메시지를 담고 있다는 의미다. 단순히 결과물을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예술가로서 당당히 서는 그 과정 자체를 격려하고 지지한다는 뜻이 담겨 있다.

 

2021년 시작된 이 프로젝트는 부천혜림원 발달장애인들의 미술 작품을 아케마 한국법인 기업 캘린더에 담는 디자인 기획으로 출발했다. 누군가 혼자 주도한 것이 아니라, 각자의 역할이 자연스럽게 연결되며 만들어진 여정이다.

이 프로젝트를 처음부터 진행했던 오롯9 디자인기획 담당자는 당시를 회상하며, 발달장애인 친구들의 그림을 우연히 보게 되었고, 캘린더에 넣는 1회성 기획으로 시도했는데, 기업 담당자와 관계자들의 반응이 예상보다 훨씬 뜨거웠다고 전했다. 내년에도 하면 좋겠다는 요청이 자연스럽게 이어지면서 5년째 프로젝트가 지속되고 있다.

 

프로젝트가 장기화될 수 있었던 데는 아케마 그룹 한국법인 담당자의 역할이 컸다. 기존에 단순히 기업 이미지로 캘린더를 제작하다가 발달장애인의 그림을 넣자는 제안을 받았다. 그리고, 무엇보다 지원은 하되 참견을 하지 않겠다는 의지로 믿고 맡기는 형태로 프로젝트의 질을 높였다. 사내에서도 발달 장애인 작가들의 작품이 담긴 캘린더를 임직원이나 협력사에 소개하며 사회 공헌 활동의 의미를 공유해왔다.

 

5년째 이어진 프로젝트는 올해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부천혜림원이 처음으로 공개 전시를 추진한 것이다.
임명호 혜림원 원장은 10일 개회식에서 "기관 내부에서만 작품을 나누는 것이 늘 아쉬웠다"며 감사하게도 기부를 통해 외부 전시 기회를 얻게 돼 제대로 해보자는 마음으로 준비했다고 말했다.

 

전시에는 박찬헌, 윤성현, 성남호, 심은하, 문수연, 김사라, 손승재 작가의 작품이 소개됐다. 관람객들은 수묵화의 깊은 표현과 추상화의 강렬한 색감을 높이 평가하며 작품성을 인정했다.

혜림원 발달장애인 작품전시회 오프닝리샙션에 작가진이 소개되고 있다.(사진=조성훈 기자)

정창곤 부천시 재정문화위원회 위원은 작품만 봐서는 장애 여부를 가늠할 수 없을 만큼 예술성에 진심이 담겼다며 부천시의회도 장애 예술인들의 창작 활동 지원에 힘쓰겠다고 밝혔다. 붓을잡다 프로젝트가 5년간 지속될 수 있었던 비결은 명확하다. 일회성 이벤트가 아닌, 기업의 실질적 필요와 사회적 가치가 결합된 구조다. 아케마그룹 한국법인은 매년 필요한 캘린더 제작을 통해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자연스럽게 실천하고, 부천혜림원은 발달 장애인들에게 지속적인 창작 동기와 기회를 제공 받는다. 디자인 기획자는 이 두 주체를 연결하는 가교 역할을 하며 프로젝트의 완성도를 높인다.

 

이번까지 3년을 함께한 지도강사 정희정 작가는 작가마다 자신만의 색과 기법이 뚜렷하며, 특히 언어로 표현하기 어려운 작가가 작품으로 자신을 드러내는 순간 예술의 진정한 소통을 느낀다고 전시의 의의를 설명했다. 5년간의 작은 연결이 이번 첫 공개 전시로 이어졌고, 발달 장애인 작가들은 기관 내부를 넘어 시민들과 만나는 새로운 무대를 갖게 됐다.

 

오롯9 담당자는 기업과 개인, 그리고 관련 기관이 서로의 끈을 잘 이으면 멋진 장기 프로젝트가 만들어진다는 것을 ‘붓을잡다’가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1회성 기획이 5년째 이어지고 공개 전시까지 가능해진 이 여정 자체가 협력의 힘을 증명한다는 설명이다.

임명호 원장은 작품이 전시장에 걸린 모습을 보고 더 알려야겠다는 확신이 들었다며 다음 전시는 더 많은 작품을, 더 많은 작가와 함께 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기업의 지속적 참여, 개인의 기획력, 기관의 전문성, 그리고 시민사회의 후원. 각각의 연결이 맞물려 만들어낸 붓을잡다 프로젝트는 사회공헌의 새로운 모델을 제시하고 있다.

관람객들이 '붓을잡다(손끝으로 꿈을 그리다)' 전시의 작품을 감상하고 있다.(사진=조성훈 기자)
 

이번 전시가 실현될 수 있었던데는 서초라이온스클럽 김준영 회장의 역할도 컸다. 2015년 봉사단체(사단법인 미생이야기)의 일원으로 김밥 만들기 행사에서 부천혜림원 친구들을 처음 알게 된 김 회장은 지난 5년간 정성껏 준비해 온 작품에 깊은 감동을 받았다고 한다. 붓을잡다 프로젝트의 취지에 공감한 김 회장이 때마침 전시장 대관 및 기타 관련 후원금을 지원해주면서 올해 첫 공개 전시가 이뤄지게 됐다. 

 

기업의 사회공헌 활동은 다양하다. 하지만 '붓을잡다' 프로젝트가 주는 진짜 교훈은 '지속가능한 구조'에 있다. 많은 기업들이 매년 다른 기관을 순회하며 후원한다. 하지만 예술 분야, 특히 발달장애인 예술가 육성은 다르다. 작가의 색깔을 찾고, 작품 세계를 구축하고, 대중과 만나는 무대를 만들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 '붓을잡다'는 5년 동안 발달장애인 작가들에게 예술가로 성장할 환경을 제공했다. 1년짜리 프로젝트 100개보다, 5년 이상 이어지는 프로젝트 하나가 더 큰 변화를 만든다. 작은 시작이 어떻게 지속가능한 변화로 이어질 수 있는지, 부천의 한 미술관에서 그 답을 찾을 수 있었다.

 

 

작성 2025.11.12 14:48 수정 2025.11.12 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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